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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그의 명저『통섭』에서 인문·사회·예술·윤리·종교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이 통섭 을 이루어야 한다고 햇어. 과학이라는 큰 틀에서 이들 학문의 통섭이 가능하고, 또 자연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통섭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 통섭은 쉽게 말해 일종의 융합, 통합이라고 할 수 있어. 윌슨은 이 책에서 찰스 다윈의 이론에 입각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어. 윌슨은 이 책에서 찰스 다윈의 이론에 입각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어. 그는 사회학과 생물학이라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학문을 접목하여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간격을 메우고자 했지. 인문학의 탐구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대해 최초로 생물학적 해석을 시도한 거야. 이런 공로로 윌슨은 사회생물학의 선구자가 되었단다. 이 책에서 내세운 consilience , 즉 통섭 이라는 단어는, 그 이후로 학문 간의 자유로운 넘나듦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탄생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로 발전햇어. 현재 통섭 이라는 말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질적인 두 개 이상의 학문을 융합한다는 의미로도 자주 쓰이고 있단다. 이 책이 명저로 꼽히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별도의 학문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각각 이질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던 인문학 과 자연과학 의 세계를 하나로 꿰어 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야. 학교 현장에서도 곧 문과와 이과를 통합한 교육과정이 실시될 것이라고 해. 왜 이런 시도를 할까?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창조 능력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상호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바탕이 되고 있지 않나 싶어. 인문학은 대개 추상적인 개념과 이론을 다루며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을 연구하는 반면, 과학은 자연과 물질의 본질을 실험 및 관찰을 통해서 알아내잖니. 이 때문에 인문학은 과학적 현상에 대해 풍부한 해석과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고, 거꾸로 과학은 인문학적 이론 탐구에 연구 방법 면에서 튼튼한 토대가 되어 줄 수 있어. 과학자라고 해서 과학이라는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단다. 인문의 우물, 예술의 우물, 종교의 우물 등을 고루 파 봐야만 여러 우물을 관통하는 거대한 물줄기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 명심하렴! p40 『문명과 질병』은 인류에 닥친 각종 질병을 의학 이 아닌 다른 분야와 일대일로 관련지어 고찰하고 있어.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문명사적 시각으로 질병을 바라보았다는 점이야. 질병을 단순한 생물학적 과정을 넘어서 인류 문명의 모든 분야에 지대한 흔적을 남긴 계기로 보고 있거든. 가령 질병이 종교 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혹은 문학 과는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식이지. 그 밖에도 경제, 사회생활, 법률, 역사, 철학, 과학, 미술, 음악 등과 현대의 질병을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는데, 질병과 인류 문명의 함수관계를 조명하고 있는 저자의 시각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문명과 질병』의 제2장은 질병과 경제 편인데, 내용에 따르면 어떤 사회에서든 질병 발생률은 주로 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 빈곤 이 질병의 주요 요인이라서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질병으로 인해 더 고생하게 마련이라는 거야. 악성 질병이 주로 저소득 국가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것으로 설명이 되지. 오늘날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수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최악의 보건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들이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야. 다시 말해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인들의 문제에는 의학 이 당장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요인이 자리하고, 이것은 엄연히 경제 의 영역이라는 것이 헨리 지거리스트의 생각이지. 『문명과 질병』에서 그가 제시한 처방은 간단하고도 명백해. 서방의 일부 부자 나라가 주체가 되어 세계 모든 지역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지.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혼자만 번영을 누려서는 안 되니까. 앞에서 말했다시피 에이즈나 에볼라, 그리고 신종 플루 등은 특정 국가에서 발병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야. 언제든지 국제적인 규모로 번져 나가 인류 전체를 위협할 수 있지 이 같은 사실을 인류는 이미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준엄하게 꾸짖고 있어. p41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달리 의술은 질병을 치료한다고 하나 질병보다 오히려 약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의사들이 어떤 병을 치유하여 준다고 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반면에 그들이 보다 더 치명적인 병을 우리에게 준다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소심증이니,맹신이니, 죽음에 대한 공포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육체를 치료하는 대신에 우리의 용기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 장 자크 루소 『에밀』에서  루소는 말 그대로 치료를 위한 약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이 글을 읽으면, 루소는 약의 오남용을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의약 자체에 대해 불신하고 잇는 듯해. 그리고 의사들이 연구하는 질병 관련 지식이 일반인에게 알려지면서, 오히려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지. 현대사회로 접어들어 매스컴이 발달하며 루소의 이런 지적은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었어. 의사들이 발표하는 연구 결과를 보다 보면 사람들은 온갖 질병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사는 시한폭탄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들어. 이 같은 사회적 맥락에서 생긴 현대인의 질환이 건강 염려증 이야. 너무 많은 의학 지식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지나치게 자신의 건강에 대해 의심하고 염려하게 된 거지. p44...의사의 손에 죽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치료나 시술을 경계하라고 그는 말하고 있어.... p54 사람들은 공익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고,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모른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곤 해.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 결실도 얻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할 때보다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거야. ...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잇는 것은 푸줏간과 양조장,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계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p56 케인스는 경제가 인간의 합리적·이성적 판단에 의해서만 돌아가지 않으며, 인간의 비경제적인 본성도 경제를 움직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어. 이와 관련해 그는 야성적 충동 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 말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반응, 비경제적인 동기 등을 가리켜. 즉 사람들은 합리서에 근거한 경제적 동기가 아닌 심리적 요소에 의해서도 의사 결정을 하고 판단한다는 거야. 예를 들면 경제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던 사람들도 자신감이 떨어지면 투자와 씀씀이를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경제 불황이 가속화되지. 그러면 소비와 투자가 부족해지는데, 이러한 현상이 과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케인스는 주장했어. p59 ...완벽하게 자유로운 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은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 좋은 기회와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 경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사회는 이미 많이 가진 자들에게 훨씬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단다. 결국 경제성장 이라는 것은 거의 갖지 못한 자의 소득을 빼앗아 많이 가진 자에게 이동시켜서, 가진 자들의 소득을 더욱더 불려 준다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경제가 성장하여 빵이 커지더라도 그 혜택은 이미 빵을 많이 먹었고, 많이 소유한 부유한 사람들에게 또다시 돌아가는 꼴이 되지 않겠어? 이것이 경제성장의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코튼은 말하고 있어. 그는 경제성장을 증진시키는 요인과 사람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요인은 별개라고 이야기해. 그리고 경제적 수치의 양적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성장 중심 의 경제정책보다는, 경제성장의 열매를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하는 인간 중심 의 경제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안하지. 이즈음에서 우리의 경제 현실을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도 웬만큼 경제적으로 성장 했으니 이제는 분배 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시기가 된 것일까? 아니면 빵의 크기를 더 키워서, 더 많은 지분을 분배받을 수 있을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할까? ... p79 첫째,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기존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해. 집세가 너무 비싸다든가, 재개발이 진행되어 불가피하게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해. 집세가 너무 비싸다든가, 재개발이 진행되어 불가피하게 쫓겨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지. 둘째, 건강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해. 이는 주거를 위한 기반 시설과 서비스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겠지? 셋째, 사람들의 경제 형편에 걸맞은 집들이 많이 공급되어야 해. 값비싼 대저택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집이 많아야 사람들이 집ㅈ을 구하기 쉬울 테니 말이야. 넷째, 주거 생활이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해서는 안 돼. 이를테면 모든 식구가 단칸방에서 함께 자야 한다든가 하는 조건은 곤란하겠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침실, 부엌, 화장실 등 최소한의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야 할 거야. 다섯째는 노인, 장애인, 어린이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약자를 배려하여 설계된 집이어야 하고, 여섯째는 병원, 학교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너무 외떨어지지 않은 곳에 집을 지어야 하지. 마지막으로 일곱째는 공동체의 익숙한 문화가 파괴되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사람들이 대를 이어 오랫동안 살아온 곳에는 공동체가 존재하고 그곳만의 문화가 있게 마련인데, 개발을 명목으로 오래된 마을이 파헤쳐지면서 공동체 자체와, 한 마을의 고유한 문화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거든. 이웃들 간에 쌓아 온 문화를 순식간에 파괴하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침해하는 폭력적인 일이야. 이상에서 최저 주거 기준이라고 할 만한 일곱 가지 사항을 간추려 보았는데, 이것은 국제연합(UN)에서도 일찍이 각국에 권고했던 사항이라고 해. ....이 책을 읽으며 집은 최소한의 인권 이라고 하는 국제연합의 선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곱씹어 봤으면 좋겠어. p92 캐나다의 문화비평가인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핫 미디어 와 쿨 미디어 로 나누고 있어. 라디오나 영화처럼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청취자나 관객의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미디어를 핫 미디어 , 텔레비전이나 전화처럼 제한된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미디어를 쿨 미디어 로 분류하고 있지. 여기서 말하는 참여도 란 인간이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메시지의 뜻을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상상력의 투입 정도를 말해. 매클루언은 미디어 이용자는 정보의 빈칸을 자신의 참여 로 채우려 들기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가 반비례한다고 봤어. 이를테면 라디오는 청각 하나에 집중하게 만들고, 영화는 시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매체로, 제공되는 정보의 밀도가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잇어. 이 말은 이용자가 채워 넣거나 완성해야 할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의미해. 즉 라디오나 영화는 이용자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매체인 것이지. 우리가 라디오를 대하는 사람을 청 취자, 영화를 대하는 사람을 관 객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거야. 반면에 텔레비전은 라디오와 영화를 합쳐 놓은 포괄적 미디어로, 이를 감상하려면 여러 감각을 활용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어. 정보의 밀도가 낮아, 이용자의 참여도가 높은 것이지. 그래서 텔레비전을 대하는 사람을 보고 듣는다는 의미로 시청 자라고 하는 것 아닐까? 매클루언이 텔레비전을 참여도가 높은 매체라 주장한 이유는 "움직이는 혹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텔레비전의 콘텐츠는 가만히 넋 놓고 있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 심지어 그는 텔레비전을 보는 행위가 책을 읽는 행위보다도 더 참여적이고 능동적이라고 말하지. 책은 주어진 정보가 빈틈이 없고 밀도가 높은 반면, 텔레비전은 정보 간에 빈틈이 많아서 그 여백을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구성하며 이해해야 한다는 거야. 이처럼 텔레비전을 대하는 대상이 참여도가 높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가 흔히 텔레비전 을 바보상자 라고 비판하는 것에 비하면 색다른 생각이 아닌가 싶어. 이 외에도 매클루언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아주 중요한 명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해. 우리나라 도심에서 큰불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볼게. 마침 한자리에 모여 있던 세 사람이 이 소식을 듣게 되었어. 어떤 이는 신문 기사에서, 어떤 이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어떤 이는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같은 메시지를 접했지. 그렇다면 이 세 사람에게 전달된 각각의 메시지는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매클루언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 그의 주장은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릇이나 매개체에 불과하다 는 종전의 생각을 뒤엎는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어. 모든 미디어가 그 자체로 우리의 인식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본 것으로, 미디어가 달라지면 그 메시지도 달라지고 이를 해석하는 우리의 인식 방식도 달라진다는 거지. 빽빽한 글로 채워진 신문 지면에서 읽는 사건·사고 뉴스는 같은 콘텐츠라 할지라도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생각해 봐. 여기서 우리는 미디어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단다. 선생님이 생각할 때 바로 그 힘 이 일상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미디어는 바로 텔레비전이 아닐까해.... p94 제리 맨더는 텔레비전이 없어져야 할 과학기술이라고 말해. 텔레비전은 마약과 같아서 인간을 세뇌하고 가치 의식의 마비와 혼란을 유발하여 인간의 감각을 박탈한다는 거야. 또한 매우 편협한 경험만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통해 많은 지식을 습득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등, 인간의 인식 능력을 흐려 놓는다고 주장하지. 심지어 텔레비전은 일부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도 이용된다고 비판해. 그러니 마땅히 버려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겠지..........『계몽의 변증법』에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대중문화 상품이 공장 물건이나 패스트푸드처럼 대량생산된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지나치게 규격화되고 가벼우며, 항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거지. 이게 왜 문제냐고? 패스트푸드만 먹으면 건강을 해치듯, 이런 대중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개성과 독립성, 사고력을 자신도 모르게 잃어 가게 되거든. 그러면서 이들은 이미 문화 산업 이 된 대중문화가 표준화 되고, 사이비 개성화 되고 있다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먼저, 표준화 는 대량생산 체제에서 탄생한 대중문화의 본질적 특성으로, 자본과 손잡은 대중문화가 지나치게 도식화 되거나 스테레오타입 에 머무는 것을 의미해. 표준화 는 어감상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대중문화의 모든 산물이 표준화되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예를 들어, 우리나라 드라마만 봐도 대개 비슷한 소재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승주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신데렐라 스토리, 혹은 출생의 비밀, 불치병, 불의의 사고, 심지어 불륜과 스캔들까지, 이런 이야기 구조가 인기 드라마의 표준이라도 되는 양 무한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지. 자, 이번엔 사이비 개성화 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요즘 드라마들은 흥행 실패를 막기 위해 표준화 되는 추세이지만, 사실 이런 드라마는 종종 막장 드라마 라는 냉혹한 평가와 함께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꽤 많아. 그래서 새롭다, 무언가 다르다 는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신-, 뉴-, 신선한, 독특한, 참신한, 차원이 다른 등의 형용사로 포장하곤 하지. 실제로는 전작에 비해 별반 다르지 않은데 말이야.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는 결국 새로운 것처럼 위장한 가짜, 즉 사이비 개성 에 지나지 않아. ......... 그런데 막상 시청하고 나면 결국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의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렇듯 틀에 박힌 대중문화의 산물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이에 익숙해진 대중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반성적 사고가 마비되어 마침내 정신적인 불구가 되어 버린다고 말하고 있어.... p108...일반적으로 가치 있는 뉴스의 기준으로 영향성, 시의성, 저명성, 근접성, 갈등성, 신기성 등을 꼽아. 즉 사건의 파급력이 클수록, 최근에 일어난 일일수록,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을 다룰수록,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일수록, 이해 당사자가 극명하게 나뉘는 사건일수록, 보기 드문 사건일수록 뉴스의 가치가 높다는 말이야. 이런 기준으로 기자가 확보하고 취재한 뉴스는 일단 언론사에 모이게 되는데, 이때 큰 관문을 통과해야만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에 나올 수 있어. 이 관문을 전문용어로 게이트키핑 이라고 해. 각 언론사의 정치부, 경제부, 문화부와 같은 부서에는 이른바 데스크 라고 불리는 책임자가 각각 있는데, 데스크가 뉴스의 가치를 재평가하여 신문 지면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선택하고, 누락시키는 등 편집권을 행사하게 돼. 자신이 취재해 온 뉴스가 데스크의 결정에 따라 미디어에 담기지 못하고 버려질 수도 있다는 말인 거지. 요컨대 게이트키핑은 뉴스를 취사선택해서 걸러내는 과정이야. 무엇을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삼을지, 혹은 무엇을 주요 이슈로부터 배제할지를 간추리고 엮는 과정으로 일종의 편집이라고 할 수 있지. 『세상은 어떻게 뉴스가 될까』에 의하면, 게이트키핑에는 중요한 효과가 있어. 바로 의제 설정(agenda-setting) 이라는 기능이야. 일간지1면의 톱기사나 텔레비전 저녁 뉴스의 첫 소식은 독자나 시청자가 가장 주목하는 뉴스야. 바꿔 말해, 이는 언론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창구이지. 여기에 뉴스가 실리면, 그것이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독자나 시청자들은 인식하게 돼. 언론사의 편집으로 의제(agenda)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여론과 화제의 중심이 정해지지. 따라서 의제 설정 기능은 언론의 여론 형성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뉴스에서 부패한 권력자의 비리를 접하고 세상을 욕하거나, 선행과 미담을 듣고 우리 사회에 남은 일말의 희망을 엿보며 훈훈해진 경험이 있을 거야. 여기에서 바로 의제 설정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어. 엄밀히 말해 우리의 분노나 연민은 사건 그 자체로부터 나온다기보다는, 언론사가 고른 뉴스로부터 나오는 셈이거든. 요컨대 우리가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은, 사실은 언론사가 의제 설정한 이슈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지. 따라서 바람직한 언론인이 되려면, 게이트키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자신이 제시한 의제가 윤리적·도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단다.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이 어떻게 뉴스가 되어 가는지, 그리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뉴스가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속속들이 파악해 보렴 p114 저자가 첫 번째로 꼽은 해법은 바로 뉴스 수용자의 성장이야. 독자들이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보와 편향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를 냉정하게 퇴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두 번째는 여론 다양성 을 높이는 것이란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뉴스에 반영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저널리즘이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지. 세번째는 언론이 정파성을 갖는다든지 권력화되는 것을 막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은 언론인들 스스로가 윤리성을 회복하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야. 무너진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주체는 누가 뭐래도 기자라는 거야. ...바로 질문하는 기자 가 되라는 거야.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부조리를 파헤치는 기자 정신의 힘은 질문 에서부터 시작하거든. 기자의 질문은 날카로워야 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질문을 던지고 계속해서 해답을 요구해야, 비로소 사실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을 파고들 수 있으니까. 끊임없는 질문, 그걳이 언론인의 사명이라는 사실을 꼭 가슴속에 담아 두렴. 이는 기레기 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할 거야.; 현직 기자들이 봤으면...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다. 현재 직업인들이 알아야 할 윤리들이 가득한 책. p130사회의 학교화 는 여러 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 첫째, 그것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계급 구조를 더욱 확실한 것으로 만든다. 인간의 고유한 공부 , 배움 을 학교라는 형태의 조직에 의하여 제도화하는 것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졸업장- 학위- 능력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 이상이 아니다. 곧 학교는 계층화라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고 있다. 둘째, 학교화는 배움 이라는 것을 소비 과정의 결과라고 사람들에게 믿게 한다. 셋째, 학교화는 교사가 없는 배움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넷째, 학교화는 지적인 민감성을 비롯한 인간의 고유한 배움 의 능력을 상실케 한다. - 이반 일리치, 『학교 없는 사회』의 옮긴이 해설 에서  학교는 성적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고, 졸업장과 학위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는 등 계층과 계급을 만들잖아. 이런 구조에 의해 사회가 돌아간다는 것이 비극이라는 거야. 또 학교에 다녀야만, 즉 학교 수업을 소비해야만 배움 을 얻을 수 잇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해. 일리치는 이렇게 학교에서 교사에게 배우는 것만을 올바른 것으로 치부하다 보면, 인간이 가진 자율적인 삶의 지혜가 위축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지. 우리는 사실 학교 밖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학교 라는 제도가 생겼기 때문에 학교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거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보편적인 서민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 는 인류사를 통틀어 봤을 때 비교적 최근에 생긴 새로운 제도이고, 학교가 있기 전에도 인류는 잘 배워 왔으니까 일리치의 주장에도 일부는 일리가 있어 보여. 일리치가 내세운 주장의 핵심은, 사람들이 타율적 존재 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학교를 없애고, 학교화된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거야. 그는 학교 라는 제도로부터 삶이 철저히 소외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율적 공생 만이 희망이라고 해. 자율적 공생 이란 타율적인 제도를 거부하고, 개인들이 능동적으로 배움을 교환하는 상태를 말해. 일리치에 따르면 자율적 공생 의 사회에서는 학교 대신 공부망 이 형성된단다. 공부망은 쉽게 말하면, 배움의 네트워크야. 학교를 대체한 도서관, 박물관, 극장, 공장, 공항, 농장 등이 모두 교육의 도구로 활용되고, 각각의 재능과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이에게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능동적 배움이 이루어지는 장이지. 이런 공부망을 통해 학교라는 제도에 의존하는 대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 없는 사회 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일리치의 혁명적인 발상이란다.  p133  프랑스 출신의 문화인류학자 르네 지라르가 저술한 『폭력과 성스러움』을 보면 요즘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이 인류 초기부터 행해졌던 희생 제의 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지라르에 의하면, 인류는 오래전부터 사회의 반목과 불화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을 때, 특정한 대상을 지목해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내부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집단적 폭력 행위를 일삼아 왔다고 해. 소수의 희생양을 만들어 그들에게 사회적 분노와 폭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사람들은 그간 쌓인 폭력성과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이지. 이때의 희생양으로는 보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약자를 선택했고 말이야. 이를 우리 교육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 볼까?....... 우리는 흔히 학교 폭력에 맞닥뜨리면 가해 학생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끊임없는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깊게 깔려 있어. 현실에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만만한 희생양을 골라 그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지. 따라서 가해자를 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현재의 학교 폭력 대책은 결국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고, 근원적 치료법이 아닌 대증요법에 불과해. 이 사실을 교육 당국도 알아야 하고, 기성세대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어.... p146 어느 사회에서든지 지배하는 자가 있고 지배받는 자가 있게 마련이야. 모두가 공평하게 살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사람 이상이 만나면 예외 없이 권력 관계가 발생해. 여기서 권력 이란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 을 의미한단다.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힘 있는 갑 과 힘없는 을 의 관계도 이러한 권력 관계의 단면을 보여 주지.  재준이가 관심 있어 하는 정치 는 권력 가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바로 권력 쟁취 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거든.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에 걸맞은 권력 이 주어지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겠지? 정치인은 국가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크고 말이야. 이런 점에 관심이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재준이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남보다 더 강한 사람일 거야. p151  시민 불복종 이란 정의롭지 못한 법이나 정책을 변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말해. 시민 불복종의 바탕에는 저항권 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깔려 있어. 저항권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데, 국가권력이 부당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때 이에 대한 복종을 거부하고 실력 행사를 통해 저항할 권리를 뜻하지.... p153 그런데 시민 불복종이 모두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몇 가지 요건이 전제되지. 가령 자기 이익을 배제하고 정의의 원리를 따른다는 행위 목적의 정당성 ,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비폭력성 등의 요건을 우선적으로 충족해야 해. 그 밖에도 처벌을 감수할 것 ,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것 , 양심적 행위여야 할 것 등이 운동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단다. ...정치인은 시민들의 견제와 감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란다....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바로 자기 것이 아니라는 점... p167 ...칼은 엄정한 법 집행을 상징하고, 저울은 형평성, 즉 법 집행이 공평해야 함을 나타내지. 그리고 눈을 가린 것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공정하게 판결을 내리라는 뜻이고 말이야. 그런데 현실은 어때? ......... 일반적으로 법 이라고 하면 실정법 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 때가 많아. 실정법과 대척점에 있는 법으로는 시공을 초월하여 영구불변하고 보편타당성을 가지는 자연법 이라는 게 있지. 쉽게 말해서 살인하지 말라 ,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 와 같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아주 자연스럽게 발생한 규범이 자연법 이야.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따라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 이를테면 도로교통법 처럼 시대와 지역에 따라 허용되기도 하고 금지되기도 하는 규범이 실정법 이지. 실정법은 일반적으로 인간이 국가라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고 통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 낸 규범이라 할 수 있어. 흔히 실정법과 자연법 가운데 자연법에 무게를 두는 법학자들은 자연법이 실정법에 비하여 고차원적인 가치와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고 말한단다. 실정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자연법 이라고도 하고 말이야. 이런 자연법사상 은 16~17세기에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근대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념적 자양분 역할을 했어. 그 당시 홉스, 로크, 루소 등이 바로 자연법사상을 주장했던 사상가들이지. 자연법 사상은 인간이 가지는 본능이나 본성을 중시하는 등 인위적으로 형성된 실정법과는 명백한 대비를 이루는 게 특징이야. 우리가 " 그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바로 그 사람 이 실정법이 아닌 인간 본성에 근거한 자연법에 기대어 사는 사람을 의미하지. ...자연법과 실정법이 맞부딪힐 때에는 심각한 딜레마가 발생하게 돼.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알려진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는 자연법과 실정법의 갈등이 잘 드러나 있어.... ...... 크레온이 말하는 그 법 은 현실의 법인 실정법이야. 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에는 실정법을 넘어서는 법이 있어. 안티고네는 이것을 제우스 신게서 만든 법 , 하늘의 법 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바로 자연법 을 의미해. 안티고네의 항변에는 아무리 엄격한 실정법이라 하더라도 그보다 근본적인 자연법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상이 담겨 있단다. 법조인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다루는 사람이야. 법조인은 실정법에 따라 범죄 여부를 판단하고 갈등을 중재하지. 하지만 실정법은 사람이 만들었고,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 오류의 가능성과 한계가 존재해. 그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자연법을 존중한다면 실정법의 오류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특히 현실에서는 일반 대중이 가지는 법 감정 을 고려하여 법을 집행하는 경우 때문에 종종 갈등이 발생하곤 한단다. 공식적인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법 감정 이란 실정법과 법조인의 유권해석과는 상관없이 어떠한 사안이나 사건에 대해 대중이 가지게 되는 법률적인 견해를 말해.... 법 감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중론은 법 감정을 존중하되 법 감정이 법리에 우선할 수는 없다 는 것이야. 즉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 선 자들은 여론과 원칙이 상충하더라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단다. .... p185 ...세상을 만물의 집합체로 보는 서양인은 명사, 곧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이 속한 범주와 이를 지배하는 규칙을 밝히려 노력하는 사고방식에 익숙해. 반대로 동양인은 전체적인 맥락과 관련 요인 속에서 사물을 파악하고 그 관계를 동사로 표현하는 사고방식을 지녔고 말이야. 요컨대 서양은 규칙을 중시하고, 동양은 관계를 중시한다고 할 수 있는 거야. ... 이 밖에도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 간단히 언급해 보면 ① 논리를 중요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동양, ② 직선론적 세계관을 가진 서양과 순환론적 세계관을 가진 동양, ③ 홀로 사는 삶을 중요시하는 서양과 더불어 사는 삶을 중요시하는 동양, ④ 부분을 보는 서양과 전체를 보는 동양 등, 동서양을 서로 견주어 보는 저자의 통찰력이 놀랍더구나. p191 저자는 서희가 뛰어난 외교 실력을 발휘할 수 있던 데는 세 가지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첫째, 의사 결정 과정에서 서희의 역할 못지않게 그것을 수용하는 최고 결정권자 성종의 역할이 컸다는 점. 대부분의 신하들이 항전하기보다는 항복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서희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성종이 서희의 손을 들어 줬어. 둘째, 서희가 외교관으로서의 상황 판단 능력과 협상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 국교의 명분은 거란에 주되, 철저히 실리를 챙기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한 것이 바로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 셋째, 고려라는 국가의 비전과 국방력이 뒷받침되고 있었다는 점. 거란이 고려를 정복하려 덤비지 않고 친교를 맺으려고 했던 것만 보아도, 당시 고려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외교적으로도 쓸모가 많다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지. p207 『손자병법』에는 세부 전술이 참 많이 담겨 있지만, 핵심 내용을 간추려서 요약하면 다음에 제시하는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어. 첫째, 전쟁을 수행하기 전에 정보는 필수야. 이때 말하는 정보는 적군은 물론, 아군의 상황까지 아우르는 것이겠지? 둘째, 전쟁에서는 기선을 제압함으로써 주도권을 잡아야 해. 기선을 제압한다는 것은 무력뿐만 아니라 지혜도 상대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셋째, 전쟁의 흐름과 그 양상을 통찰하는 유능한 리더가 필요해.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능력, 그리고 기회를 포착하면 망설임 없이 몰아붙이는 능력이야말로 전쟁 상황에서 승리를 부르는 리더십이겠지. 넷째, 전쟁에 개입하기 전에 신중을 거듭해야 해. 전쟁은 한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깊고 넓게 생각해야 함은 물론, 전쟁의 이해득실도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하지. p226 ...이 두 단어의 시니피에(의미)는 같지만 시니피앙(소리)는 다를 수 있다는 거야. 하나의 언어 공동체는 약속된 시니피앙을 사용해야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겠지? 이것을 소쉬르가 언어적 자의성 이라고 이 책에서 말했던 거야. p227 이 중에서 시장의 우상 은 언어 때문에 생기는 편견을 말해. 시장에서는 많은 말들이 오가게 마련인데, 이때 잘못된 언어 사용 때문에 편견이나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지. 시장에서 오가는 말들을 들으면,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말과 그 대상 자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도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해. 예를 들어 과일가게 주인은 손님에게 맛있는 사과 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지 못한다는 거야. 결국 시장의 우상은 언어를 바로 그 사물 자체로 생각하는 데에서 생기는 오류를 의미해. 실재를 표현하는 언어가 실재와 혼동되어 실재가 아닌 우상으로 행세하는 경우, 이는 명백한 편견이고 오류인 거지. 같은 맥락에서 베이컨은, 9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지성이 언어를 지배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지성에 영향력을 미친다고 지적했어. 가령 우리가 사랑한다 고 말할 때, 우리는 사랑한다 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랑하고 있다고 무작정 믿게 된다는 거야. 아마도 시장의 우상 은 인간이 언어의 실체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듯해. p236...사람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수단인 동시에 목적일 때 만족한 삶을 살 수 있거든. 반면에 자신의 행동이 무엇인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참 고단한 삶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편 현대인이 즐기는 스포츠는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놀이 와 맞닿게 돼. 놀이 야말로 그 자체로 수단이면서 목적이 되기 때문에, .... p242 ... 마그누스 효과 라는 물리법칙을 이용해서 멋지게 휘는 공을 차 보렴. 마그누스 효과 란 물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유체(기체 또는 액체)를 통과할 때,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휘어지면서 나가는 현상을 말해. 축구 선수가 축구공의 오른쪽 아랫부분을 축구화 안쪽으로 감아서 차면, 공은 보통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날아간단다. 이때 공의 오른쪽 부분은 공기의 저항을 받아 압력이 높아지고, 공의 왼쪽 부분은 공의 회전 방향과 공기의 흐름이 일치해서 압력이 낮아져. 그 결과 공은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즉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면서 날아가게 되지. p246...엘리아스는 문명화 과정의 핵심 내용은 합리화 인데, 이는 본능적 감정 표현을 세련된 형태로 변형시켜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일상의 의례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해. 스포츠 경기가 엄격한 규칙을 통해 폭력적인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승리와 폭력에 대한 욕구를 일상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예이지. 이 때문에 저자는 스포츠를 일컬어 훌륭한 사회적 발명품 이라고 한단다....            

진로의 실마리, 인문학적 책 읽기에서 구하다 인문학아, 부탁해! 나의 꿈 나의 미래: 청소년을 위한 진로독서 는 인문학적 책 읽기를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인 진로 탐색의 방법을 안내하는 진로독서 지침서이다. 2015년 고교독서평설 의 진로독서 코너에 연재했던 글을 갈무리하고 새롭게 다듬어서 엮은 책이다. 현직 국어 교사인 저자는 ‘상담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진로 상담의 내담자인 학생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을 추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은 관련 직종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음은 물론, 각각의 직업에 종사할 사람이라면 마땅히 고민해 봐야 하는 철학적 고민, 직업인으로서 부딪히는 실질적인 문제 등 폭넓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제1권 ‘전통적 인기 직업 편’에서는 과학자, 의료인, 교사, 정치인, 법조인 등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선호도가 높았던 직업과 관련된 조언을 담았고, 제2권 ‘미래 사회 유망 직업 편’에서는 로봇공학자, 작가, 농부, 요리사, 상담 심리사, 사회복지사 등 앞으로 새롭게 각광받게 될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인문학을 뼈대 삼아 청소년들이 해당 직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키울 수 있도록 폭넓은 독서 리스트를 제공한다. 학생들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이 담긴 글을 읽으며 ‘전문가의 책무는 무엇인지’, ‘권력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학기술의 힘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각각의 직업군과 연관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진로 탐색의 바탕에 인문학적 문제의식이 자리했으면 하고 바라는 교사, 학부모, 청소년들이 길잡이로 삼기에 적합하다.

1권 전통적 인기 직업 편

1. 공로는 사회에 돌리고, 책임은 나에게 묻다: 전문가의 책무는 무엇일까?
내가 노벨상의 주인공이 되어 볼까?_과학자
나의 길은 의술(醫術) 너머 인술(仁術)로 가는 길_의료인
‘돈’보다 ‘경제’, 지금은 ‘경제 만능주의’ 시대_경제 전문가
‘건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다_건축가

2. 나의 말은 세상을 춤추게 한다: 소통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만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한류가 되다_방송인
집요하게 추적하고, 파헤치고, 쓰다_언론인
학생들이 행복해야 비로소 행복해지는,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_교사

3. 시민과 함께 살고, 시민을 위해 살다: 권력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_정치인
정의의 이름으로 세상의 모든 ‘악(惡)’을 심판하겠어!_법조인
나는 ‘국가 대표 공무원’, 국가와 세계를 위해 봉사한다_외교관
공권력의 최전선에서 국가와 시민의 수호자로 나서다_군인·경찰

4. 온몸으로 허문 장벽, 나는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 용기와 도전의 가치는 무엇일까?
미지의 언어에 도전하는 즐거움_통·번역가
더 높이, 더 멀리, 더 힘차게 내 꿈도 이루어진다_운동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