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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생각

rwjva 2024. 2. 3. 14:34


비가 많이 와서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하다못해 들고 있던 쇼핑백까지 젖어서 눅눅했던 겨울의 귀가길.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젖은 몸을 씻어내는 게 인지상정인데 유난히 서점에 가고싶었어요.바닥에 물을 뚝뚝 흘리며 제일 먼저 걸어간 곳이 시집 서가였고 이 책을 보았어요.그리고 젖은 옷가지가 말라 서늘해질 때까지 빠져나올 수 없었어요.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 먹지 않을게요.
2004년 현대시 로 등단했으며, 현재 현대시 의 편집장인 시인 김안의 첫 시집.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뛰어넘은 이 시집에는 바깥 세계의 속도에서 완전히 독립하여 시세계를 구축해온 그의 독보적 행보가 잘 그려져 있다. 언어라는 질료에의 유례없는 천착(穿鑿)을 통해, 문단의 시 흐름으로부터 고집스럽게 고립함을 통해 빚어낸 작품집이다.

김안에게 시는, 그리고 언어는 영원한 궁구(窮究)의 소실점이며 세계이며 애인이다. 애인은 애인이되 둘 사이의 사랑은 이미 위험한 단계다. 사랑을 넘어 죽음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시인은 아내 같은 애인과 파경 직전 의 상황, 그날 밤 애인의 표정이 벌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이 돌이킬 수 없음을 곱씹어본다. 그리고 시인은 애인을 죽여버렸다. 시집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파아란 파란 이미지를 통해 식다 못해 차가워진 체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

1부
서정적인 삶
유리 동물원
가위 소리
하얗게 기쁘게
운동회
소나기
파란 밤
북극의 연인들
언어들
입춘
흔들리는 구름
쟈끄
보뮈뉴에서 온 사람
불두화(佛頭花)들
성모송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거의 모든 아침
부활절
오빠생각

2부
동지(冬蜘)
버려진 말의 입
연인들
악흥의 한때
버려진 말의 입
수간(水間)
버려진 말의 입
버려진 말의 입
버려진 말의 입
시(詩)
버려진 말의 입
티라노사우루스
악흥의 한때
버려진 말의 입
수음(獸飮)
긴 칼의 방
알리바바
악흥의 한때
유령들

3부
북가좌동
설국(雪國)?회(灰)
에리다누스
입춘
포장마차 수염
코끼리
바다를 건너는 코끼리?유미에게
유령림
아가리 속의 날들
라 쿠카라차
나흘수산
보이스 피싱
일요일들
붉은
악흥의 한때
곰팡철?동옥에게
우기(雨氣)?대경에게
거미의 집

해설 | 신진숙(문학평론가)
서정의 한계 내에서의 향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