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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자도, 이런 남자도 없는, 한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개인적인 고백을 먼저 한다. 나는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하고 일반적인(이에 대한 정의는 다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렇게 믿는다.) 남성으로 최근에 일어나는 성차별, 성폭행 관련사건·사고에 자유롭지 못함을 자백한다. 나 역시 수많은 사람을 ‘그런 여자’로 매도했으며,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을 것임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 “김여사” 교통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댓글이다. 운전자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음에도 으레 “김여사”를 탓한다. 이 일로 호되게 야단을 들은 경험이 있다. 가던 중 내리막길 아래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확인하고 건너고 있었다. 여성 운전자분이 신호를 무시한 채 지나가려했다.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면허증도 없는 내가 무의식중에 “김여사”를 운운했다. 여자친구는 벌컥 화를 냈다.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여성분을 높여 부르는 차원에서 무슨 무슨 “여사님”이라 불렀다. 호칭이 입에 붙어서였을까, 아니면 ‘그런 여자’로 편견에 따라 무의식중에 말한 것일까.고등학생때 친구들과 싸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미친놈’은 큰 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미친년’이라 하는 순간 불같이 화를 낸다. 놈보다 더 강력한 욕이 된다. 놈이든 년이든 중요한 것은 ‘미친’것일 텐데 왜 상대를 화나게 하는 일에 성별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까.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란 성별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런 걸까.<그런 여자는 없다>는 게릴라걸스의 책은 이 질문에 대답한다. 편견대로 “그런 여자”는 없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표지부터 강렬하다. 국민여동생, 아줌마, 꽃뱀, 잡년, 철벽녀, 된장녀, 걸레, 창녀, 롤리타, 성녀, 공순이, 노처녀, 수퍼맘, 요부, 꼴페미, 미스김, 김여사, 자유부인, 김치녀, 캔디, 신데렐라, 자매님, 회냥년, 마더 테레사, 색녀, 책받침 소녀, 빠순이, 팜므파탈, 페미나치. 문제될 내용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욕설도 섞여 있지만 이 모든 단어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 단어다. 찬찬히 따라 읽다 보면 우리는 “여성”이라는 인류의 절반을 온전히 바라본 경험이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개별적인 우리 엄마, 우리 동생, 우리 친구는 몰라도, “여성”이나 “여자”가 되는 순간은 극명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자상한 남편, 아빠, 친구일지라도 관계를 제거하고 보는 순간 “여자와 북어는 팰수록 맛있다”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기에 우리는 “딸 같아서 그래.”라는 부장님에게 “니 딸에게 그런 말 하겠냐.”라고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닐까.오랜 시간 동안 역사와 문화의 중심은 남성이었다. 인류의 절반이 절반을 착취한 역사라 봐도 무방하다. 오랫동안 축적된 언어와 관념은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동양, 서양 가릴 것 없이 마찬가지다. 여성만의 언어와 문화를 획득하고, 나아가 성별중립적인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편견과 싸우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남성해방도 불가능하다. 그런 여자가 있듯이 ‘이런 남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성해방과 여성자각은 그간 ‘이런 남자’라는 편견에 시달린 남성들도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기회다. 이것은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이분법적으로 피아를 구분하고, 남녀를 차별하고, 페미와 반페미를 나누는 차원이 아닌 진짜 여성을 고민하고, 진짜 남성을 찾아 온전한 사람을 만들어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공부가 부족하다. 의견이랍시고 무언가를 내놓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오랫동안 축적된 편견이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것에는 확고히 반대한다. 성대결로 가는 상황, 혐오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혐오와 폭력의 재생산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아직은 부족하다. 다만 진통과 소란에는 찬성한다. 이것은 분명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게릴라걸스가 내놓은 이 책은 분명 더 소란스럽고 서로를 아프게 할 이야기다. 담담히, 하지만 재미있게 여성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뭇 남성들은 불편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부할 것이 아니라 마주해야할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우리 사회나 의식 역시 끊임없이 소란스러워야 살아 있는 것이고, 아픔은 성장과 변화의 징표일 수 있다. 다만 서로 보듬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그런 여자도, 이런 남자도 없는, 한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반성해 본다. p.s 나에게 좋은 책을 선물해준 페미니즘 서점 <달리, 봄> 두 사장님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우리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약화시키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 p.18우리가 최초로 고정관념화되는 장소는 바로 어머니의 자궁이다. p.24만약 세상이 야심찬 여성, 거침없는 여성, 내 섹슈얼리티의 주인은 나라고 말하는 여성을 잡년이라 부른다면, 기꺼이 잡년임을
인정하고 (p.80)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만약 우리 스스로가 잡년 임을 자처한다면, 그 말은 비하의 의미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국의 잡년들이여, 단결하라." 강인해져라,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 진짜 잡년이 되라. 그러나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잡년이라 부른다면 가만두지 말라! p.81혼자 그리고 같이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모델들은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p.116"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 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의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 - 나혜석 p.223페미니스트 의제는 여성의 평등한 권리에 대한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자들에게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을 처단하며, 이단을
믿고, 자본주의를 파괴하며, 레즈비언이 되라고 종용하는 사회주의적이고 반가족적인 정치운동이다. p.259첫째, 고정관념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 둘째, 미디어는 새로운 고정관념을 만들어 내고 오래된 고정관념을 영속시키는 데
있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권 운동, 여성 운동, 성소수자 운동 등 20세기 해방 운동들이 이루어
낸, 여성들의 삶에 있어서의 엄청난 변화들에 비추어 볼때, 현재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들은 그 변화의 발끝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p.320~321
1985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활동해 온 페미니스트 행동주의 그룹 게릴라걸스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자들을 따라다니는 고정관념들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낱낱이 찾아내 분석했다. 우리의 ‘국민여동생’과도 닮아 있는 이웃집 소녀와 롤리타에서부터 ‘된장녀’와 닮은 밸리걸, ’꼴페미’에 대응하는 ‘페미나치’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오해와 편견을 먹고 자라난 고정관념들이 대중매체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어떻게 여자들의 삶을 규정지어 왔는지 보여 주는 ‘**녀’들의 계보학이라 할 수 있다.
한국어판 서문 007
1장 서론: 이상한 상자 속의 그녀들 011
2장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자들을 따라다니는 고정관념들 파파걸 028 / 말괄량이 034 / 이웃집 소녀 044 / 빔보 056 / 팜므 파탈 062 / 잡년 076 / 고정관념의 끝판왕, 엄마 090 / 노처녀 100 / 할망구 118
3장 섹스의 대상들 해주는여자 140 /애정의대상 158 / 혐오의대상 162 /해주지않는여자 164 / 하고또하는여자 166 /여자와하는여자 170 / 여자와도 하고 남자와도 하는 여자 196
4장 현실과 가상 속 고정관념이 된 여자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202 / 제마이마 아줌마 206 / 플래퍼 214 /카르멘미란다 224 /마더테레사 230 / 도쿄로즈 234 /일꾼로지 240 /롤리타 250 / 페미나치 256 / 밸리걸 264 / 폭주족 아가씨 266
5장 여자의 일은 끝이 없다 사교계의여왕들 276 /골드디거 282 / 트로피 와이프 286 / 사커 맘 292 / 스테이지맘 294 /여사장 298 /여자아나운서 302
6장 인종과 종교에 따른 고정관념들 306
7장 고정관념을 넘어서 320 감사의 말 346
옮긴이 후기 348
참고문헌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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