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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할까? 올 여름 2주 동안의 여행을 생각하면서 떠오른 나라들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이었다. 그러다 문득 방에 붙여 두었던 세계 지도를 훑어 보는데 작은 나라들의 이름들도 눈에 들어왔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덴마크.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나라들과 관련된 여행관련 최신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 시일은 지났을지라도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졌다. 인터넷 서점 검색 창에 무턱대고 이 나라들을 입력했다. 그러다 보게 된 책이 이 책 벨기에 디자인 여행이다. 모두 비슷비슷한 정보를 싣고 있는 여행책자들보다는 일단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주제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격이 좀 비쌌지만 이제껏 이런 류의 책들은 사 보지 않았기에 속는 셈치고 구입해 보았다. 벨기에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떠올랐던 것들은 와플과 맥주 정도였다. 그 만큼 벨기에는 내게 낯선 나라이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였다. 그런데 왠걸! 서문을 읽어가는 데 어릴 적 정말 즐겨보던 플란더스의 개, 스머프, 루벤스라는 유명한 화가 등이 벨기에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벨기에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이 책의 주된 관점인 디자인 이라는 것이 저자도 책 속에서 언급하였듯이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무척이나 가까이에 있는 것이기에 더 관심이 갔다. 저자는 벨기에의 어떤 모습들을 봐 왔기에 많은 주제들 중에서도 디자인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도 궁금해 졌다. 저자는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디자인과 관련되어 있는 벨기에의 모습과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 장에서는 벨기에를 대표할 수 있는 몇몇 도시들과 특징적인 색인 회색, 그리고 벽돌의 쓰임새에 대해 말해 준다. 일반적인 관광 안내서와 유사한 구조로 기술하고 있지만 관광안내 책자에 실린 사진들과는 다르게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벨기에를 여행할 때 어디를 둘러볼 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다. 흔히 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르는 감자튀김이 벨기에의 것이었다니!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홍합요리와 너무나도 유명한 와플과 맥주, 그리고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디자인과 가까운 패션과 생활 공간에 대한 매력들을 말해준다. 직물을 이용한 기본적인 디자인 철학과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의상학과에 대한 소개는 벨기에라는 나라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내게는 낯설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선 세계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더 확장시켜 주었다. 아르누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도시의 스타일이 담긴 사진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에 실린 장소들을 실제로 찾아가 저자가 글로 설명했던 것들을 현장에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마도 이 책으로 인해 벨기에에 머무는 일 수가 하루 이틀이라도 늘어날 것 같다. 책을 통해서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소품들에도 그들 만의 개성있는 디자인 철학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벨기에인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즐거웠다.마지막 두 부분에서는 예술 분야에서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어 벨기에를 소개한다. 소개된 예술가들의 이름이 내겐 모두 낯선이들뿐이었지만 그들의 작품들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는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벨기에식 해학이 무엇인지, 그림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알기 쉬운 언어들로 설명해 주어 이해하기가 참 쉽다. 어린 시절 정말 신나게 봤던 스머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반가웠고, 섹소폰이라는 익숙해진 악기를 만든 나라가 벨기에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꼼꼼하게 다시 들쳐보며 여름에 떠날 여행을 생각하니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안내 책자가 아닌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 보다 더 유익했다.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 저자에게도 고맙다.
다음 세대의 디자인 스팟 벨기에
놀라움과 신선함을 주는 자판기 같은 나라의 디자인 여행

〈플란더스의 개〉 〈개구쟁이 스머프〉 〈틴틴의 모험〉등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만화들이 벨기에를 배경으로 하고 벨기에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도, 아멜리 노통브도 벨기에 사람이다. 이 많은 것들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해 모른 채 살아왔다. 독특한 정치와 언어적 상황, 지리적 특징, 사람들의 성향, 그리고 벨기에만의 색다른 유머. 이 모든 것들이 혼합된 벨기에는 그야말로 카오스를 연상시킨다.

디자인의 발견임과 동시에 새로움과 신선함을 주는 나라, 그리고 ‘디자인이 탄생’하는 나라 벨기에. 건축가에 의해, 디자이너에 의해, 문화의 흐름에 의해 그리고 사람들에 의해 지구촌은 유행의 중심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미술관이 쓸쓸하던 스페인의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인의 투어 지향지로 탈바꿈시켰고 트위드 재킷을 여성에게 최초로 입힌 샤넬은 프랑스를 패션의 영원한 중심지로 만드는데 중요한 첫 단추를 끼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이클 캐널이 그의 칼럼에서 언급한 다음 세대의 디자인 중심, 벨기에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는 작은 나라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볼거리를 담고 있는 벨기에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고 자신이 경험한 벨기에의 매력과 그곳에서의 기나긴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우리가 현재 접하고 있는 문화, 미술, 디자인 등 정말로 많은 것들이 벨기에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당신 남다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 이 세대의 디자인 코드를 읽고 다음 디자인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이 벨기에 디자인 여행 의 이야기는 분명 그 안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책장을 열며
벨기에를 보다

도시 디자인과 아이콘
벨기에를 채우는 컬러 | 회색
섬세하고 견고한 도시 | 아름다운 벽돌 건물들
북쪽의 베네치아 | 브뤼헤
현재 속에 살아 숨 쉬는 과거 | 겐트
벨기에의 수도 | 브뤼셀
활기찬 항구 도시 | 앤트워프
천의 자연 | 레자르덴

테이블 위의 디자인
요리의 마술사 | 상훈 드장브르
프렌치프라이는 벨지안프라이다 | 감자튀김
한국인의 인심이 생각나는 요리 | 홍합요리와 카르보나드플라망
그 누구도 거부 못하는 에피타이저 | 크로켓
디저트가 세계인의 식단을 바꾸다 벨기에 | 와플
수천 가지 맥주와 맥주잔의 존재 이유 | 벨기에 맥주
달콤쌉싸름한 처방전 | 마콜리니와 고디바

전통 위에 뿌리내린 패션 실험 정신
유럽 텍스타일 역사의 기점 | 미야트텍스타일뮤지엄
초기 패션의 주인공 | 레이스
남다른 끼를 발휘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 앤트워프왕립예술학교 의상학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하다 | 드리스 반 노튼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대명사 | 마틴 마르겔라
극과 극의 스타일을 지향하다 | 패션디자이너의 실험정신
잘나가는 모자디자이너 | 엘비스 폼필리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 | 앤트워프 다이아몬드 거리
전통과 현대가 만나 주얼리로 탄생하다 | 잉그리드 버후븐
공간을 위한 디자인 철학
예술가는 인간의 삶 모든 곳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 아르누보 스타일의 도시
유니버설의 대명사 | 줄 왑스
슈퍼노멀 디자인의 힘 | 마틴 반 세브른
벨기에의 문화전도사 | 악셀 브르보르트
나는 항상 전 세계에 애착을 가졌다 | 디르크 베넌츠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 | 코트렉인테리어디자인비엔날레
한눈에 보는 유럽 디자인의 역사 | 겐트디자인뮤지엄
자연주의 디자이너들 | 와일드스피릿
벨기에적 삶을 표현하다 | 플라망
일상에서 발견된 디자인 | 볼라르
디자인 실험가들의 모임 | 로토르
기본에 충실하다 | 루도르디자인

디자인 속의 예술과 장인정신
예술가의 집 | 윌리엄 플립스
분야를 넘나드는 디자이너 | 피에트 스톡만
그림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 장 마누엘 뒤비비에
벨기에식 해학이 묻어나다 | 조니 베카르트
그림으로 전하는 메시지 | 서넨베르그 콘스탄틴
만났다가 헤어지는 디자이너들 | 베이스디자인
천국을 상상한 디자이너 | 기 쇼카르트

진정성 있는 삶을 향한 디자인
미래를 빛내는 과거의 역사 | 임페리아
자전거는 미래다 | 아치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주인공 | 틴틴과 스머프
노마드를 위한 공간 | 호텔 로프트 큐브
물은 곧 생명이다 | 스파
유럽 왕실의 역사와 함께하다 | 발생람베르
벨기에는 디자인이다 | 플랑드르디자인재단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악기 | 색소폰

책장을 덮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