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무서운 그림 2

rwjva 2020. 9. 27. 16:16



명화에 담긴 숨겨진 진실을 들추어 그림을 감상하는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서늘한 공포를 전해주었던 무서운 그림 의 후속작이 발간되었다. 저자는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시대상, 역사적 사실, 문학 작품, 신화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그림에 내재된 공포를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더 흥미를 끄는 공포의 요소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일 뿐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작품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주변 상황에 얽힌 일화들을 밝히는 것은 물론 화가의 개인사나 그림 자체의 수난기를 통해 예술 창작에 있어서의 잔인성 또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작품을 위해 예술가가 행하는 행위의 문제들이나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개작(改作)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며 하나의 그림을 둘러싼 다양한 사연들을 전해준다.




그림 1 렘브란트의 툴프 박사의 해부학 실습
그림 2 피카소의 우는 여자
그림 3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
그림 4 에스헤르의 상대성
그림 5 카레뇨 데 미란다의 카를로스 2세
그림 6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
그림 7 헌트의 샬럿의 아가씨
그림 8 퐁텐블로파의 화가의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
그림 9 뵈클린의 죽음의 섬
그림 10 제라르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
그림 11 보티첼리의 목이 잘린 홀로페르네스의 발견
그림 12 블레이크의 거대한 붉은 용과 태양을 입은 여인
그림 13 카르파초의 성(聖) 게오르기우스와 용
그림 14 밀레의 만종
그림 15 들라로슈의 제인 그레이의 처형
그림 16 호가스의 정신병원에서
그림 17 브뢰겔의 베들레헴의 영아 학살
그림 18 베로키오의 그리스도의 세례
그림 19 비어즐리의 살로메
그림 20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저자 후기
옮긴이의 글
도판 목록



  무서운 그림2. 나카노 교코, 세미클론. 자료실에서 무서운 그림을 읽은 뒤 검색해보니, 무서운 그림2와 3도 출간되어 있었다. 다양한 독서를 즐기자는 목표 하에 도서관에서 데려왔다. 다만 이래저래 바쁘다보니, 2주 가까이 미루다 결국 새벽과 점심 시간을 이용해 다 읽었다. 신성한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로 배 채우며 울멍울멍 책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라니. 어째 좀 처량하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특별히 과일 주스를 추가했다! 당근과 사과를 직접 간 영양 주스. 두 배로 처량해진 기분이 들지만 괜찮겠지. 총 20개의 그림을 보여주며 그림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에 나오는 인물의 뒷이야기일 때도 있고, 화가의 뒷이야기일 때도 있다. 명화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카노의 지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렇게까지 깊게 조사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림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제목은 무서운 그림. 그림 자체는 무섭지 않다. 이 아름다운 그림이 무섭다니, 나카노의 심미안은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알고 싶어질 때도 많다. 다만 나카노의 글을 읽다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심연에서 스리슬쩍 올라온다. 그림이 아닌, 이 그림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무섭다. 20개의 그림 중 정말 무섭다고 생각한 두 가지만 소개하자면. 우선 69쪽에 나오는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 매우 유명한 그림으로 아마 사진을 보면 ‘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 아름다운 공주님과, 공주님을 둘러싼 궁인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황제와 황후. 이 그림이 대체 어디가 무서운데. 이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 많을 듯. 이 그림에서 집중해야 하는 건, 강아지 옆에 서 있는 소인증 여자.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실상 강아지와 다를 바 없는 신세였다고 한다. 과거 궁에서는 소인증 같은 희귀한 증세가 있는 사람을 궁에서 ‘길렀다’고 한다. 중요하니 구역질을 억누르며 다시 말하겠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듯이 사람을 “길렀다”.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아무리 호사스러운 생활을 해도, 자신은 황실의 ‘애완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이 그림이 무서워 보인다. 정확히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애완동물로 기를 수 있는 황족들이, 공포로 다가온다. 비슷한 이유에서 공포로 다가온 그림이 186쪽의 호가스의 “정신병원에서”.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정신병원 자체도 스산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스산하다.  소인증 등의 희귀한 증세가 있는 사람이 구경거리이듯, 광증이 있는 사람 역시 당시에는 구경거리였다고 한다. 1페니를 내면 정신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고 긴 막대기 등으로 괴롭히는 것도 허락되었다고. 지금의 동물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겠다. 지금도 다르다와 틀리다는 동격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경거리고 삼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역시 그림보다는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이 더 무섭다.  이 외에도 원작훼손과 관련된 이야기라든지, 트로이 부인 획득 이야기라든지 다양한 무서운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곱씹어보면 어딘가 스산해지는 그런 류의 무서운 이야기.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인간이야,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  이미 익히 아는 그림들을 새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 나카노가 들려주는 모든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 이야기를 통해 명화를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시간은 분명 헛되지 않을 터.  당신의 미술적 감수성이 이 책을 통해 한층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